인자요산 글/솜씨 방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

didduddo 2010. 3. 16. 18:27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

                                            인자요산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가 심란합니다.
염치도 참 좋습니다.
허락없이 남의 집 마당에 놀러 왔으면
없는 듯 있다 가는 것이 예의 아닙니까?


마당을 쓸었습니다.
물을 뿌리고 비질을 하였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는 뒤집혀진 물로 인하여

바다가 더 깨끗해 진다고 합니다.
바람도 그러한 모양입니다.
놀다가기 전보다 더 깨끗해졌으니 말입니다.

바람은 사람의 가슴에도 허락없이 들어 오기도 합니다.
염치도 참 좋습니다. 없는 듯 있다가면 좋으련만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구멍이 하나 생깁니다.
고놈 참 요상한 놈입니다.
.
어질러진 마당이야 쓸어내면 된다지만 

구멍 난 가슴은 어쩝니까?
냅둬야지요. 세월이 약일테니까요.
뚫려보지 못한 무딘 가슴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0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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