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요산 글/솜씨 방

춘 삼월

didduddo 2010. 3. 5. 22:17

          

 

 춘 삼월

                                       인자요산

 

삼월이다.
좁은 집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던 화분들 밖으로 내놓으니 집이 한결 넓다.
지난주에 거름 주고 돌멩이 골라 손보아 두었던 텃밭에 오늘 상추씨를 뿌렸다.
애기 상추 뽑아다 씻어 뿌리째 고추장에 밥 비벼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군침이 돈다.
봄바람이 살랑 살랑 불고 지금쯤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간밤에 조금이나마 단비가 내렸다.
뿌옇던 하늘이 시야가 맑아지고 방금 세수한 것처럼 세상은 이쁘다.


겨울은 또 떠났다.
역마살 낀 어느 사내처럼 이리저리 세상 구경하다가

작년에 왔던 그 즈음에 다시 또 올게다.
봄도 마찬가지다.
미친 여자 춤추 듯 오만 변덕 다 부리고 봄비 속에 떠난 그 사람처럼
내년 요맘 때 쯤 봄비 맞으며 돌아올 게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은 유전자가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란다.
강남간 제비처럼 봄.여름.가을.겨울의 유전자는 그렇게 생겨 먹었나보다.
윤회를 믿는다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계절이나 다 같이 생겨 먹었겠다.

삼월이다. 쑥케러 논둑길 가고싶은 춘 삼월이다.
도시락 먹는 재미에 오래  전에 엄마랑 갔던 전미동 그 논둑길 가고 싶다.
그 논둑엔 불미나리도 많았었는데.  0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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