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요산 글/솜씨 방

내 안의 것을 사랑 한다는 것

didduddo 2010. 3. 4. 19:52

          내 안의 것을 사랑한다는 것

                                                 인자요산

 

3일간, 두 마리의 새끼고양이 어미 노릇을 하였습니다.
두시간 간격으로 우유와 치츠를 먹입니다.

고양이와의 인연은 오래 전 입니다.
기르던 강아지를 잃고 상심하던 중 길고양이와의 인연이
고양이를 기르게 된 동기입니다.
거르지 않고 밥을 챙겨주었더니 처음에는 슬슬 눈치를 살피며
도망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몸을 부비며 다가옵니다.
나중에는 발랑 뒤집어 배를 보입니다. 복종의 의미입니다.
녀석과 정이 두터워질 무렵 음식을 잘못 주워 먹었는지

굳어가는 몸을 간신히 이끌고 나타나 며칠을 앓다가 눈을 감았습니다.

3년전 음식점을 하던 세입자가 놓고 간 녀석이 두번째 인연입니다.
녀석이 새끼를 낳고 새끼가 새끼를 낳고 그 어미가 지난 겨울 죽고....
고양이는 새끼를 낳아 기르는 과정 중 여러번 이사를 합니다.
저들 몸에 흐르는 야성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얼마전 순산을 한 녀석이 새끼들을 데리고 몰래 이사를 하더니만
3일전 제앞에 물어다 놓고는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한 마리는 간데없고 두 마리 뿐 입니다.
이제 겨우 서투른 걸음마를 시작한 새끼들은 어미젖 아닌 것에도
허기가 졌는지 날 제 어미로 받아들이기로 입을 모았는지
치즈와 우유를 '낼름' 잘도 받아 먹습니다. 생존은 본능인 탓 일것입니다.
좀처럼 제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더군다나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로서의
가출은 사고일게 분명합니다.

'개는 당신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지만
고양이는 사는 방법을 가르친다.
당신은 개를 훈련시키지만 고양이는 당신을 훈련 시킨다'

내안의 것을 사랑하는 일,그 사랑을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직도 미숙한 탓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가출 3일째, 안되겠다 싶어 녀석을 찿아 나서기로 마음먹고
영역권 내에서 갈만한 곳을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애타게 저를 부르는 소리에 답하는 녀석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습니다.
방향을 알 수 없어 찿다 포기하다를 반복하다 해가 지고 어두워질 무렵에야
옆건물 4층 옥상 끝에서 녀석을 찿아냈습니다.
옥탑으로 난 구멍을 빠져나오려다 몸통이 걸려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제 늦게까지 내린 비를 쫄딱 맞고 울다 지친 녀석은

온몸에 반가움을 가득 담고 제 주인을 눈을 꿈벅이며 쳐다봅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새끼들을 품고 탄가슴을 적시려 하염없이 물을 먹습니다.

아침에 먹고 난 생선부스러기에 밥 한 숟가락 버무려 주었더니 맛있게 잘도 먹습니다.
녀석을 포기했더라면 오래오래 마음이 아팠을 것 입니다.     0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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