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이론과 로맨스
주변 사람들 가운데 자주 만나는 친숙한 대상에게 애착(attachment)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애착은 '사랑하고 아껴서 단념할 수 없는' 마음이다.
인간은 생후 6~8개월이 되면 어머니와 최초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18개월부터 아버지·형·누나·할머니
등으로 애착의 대상을 확대한다.
애착에 관한 이론은 영국 정신분석학자 존 볼비(1907~ 1990)가 처음 제시했다.
1958년부터 애착 이론을 발표했다.
그의 이론은 캐나다 발달심리학자 메리 애인스워스(1913~1999)에 의해 더욱 심화됐다.
1970년대에 애인스워스는 어린 아이가 어머니와 애착 관계를 발달시키는 유형은 세 가지라고 주장했다.
첫째 '안전한' 애착관계다. 어린 아이가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해 나갈 때 어머니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불편과 고통을 덜어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둘째 '불안한' 애착관계다. 어린 아이가 어머니의 행동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겨 늘 정서적으로 불안을
느끼는 상태이다. 셋째 '회피하는' 애착관계다. 아이가 어머니에게 너무 무관심해서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1980년대 후반 들어 어린 아이의 애착 이론은 어른의 로맨틱한 사랑에도 적용되었다.
미국 덴버대 심리학자 신디 해전과 필립 세이버는 성인이 사랑할 때 어린이와 어머니 사이에 형성되는
것과 비슷한 애착을 연인에게도 느끼게 된다고 주장했다.
1987년 '인성과 사회심리학 저널(JPSP)' 3월호에 발표된 애착 이론에 따르면 로맨틱한 사랑도
어린이에게서 나타난 것처럼 세 종류의 애착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 안전한 애착 관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바라는 것을 스스럼없이 밝힐 수 있으며 항상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갖게 된다.
둘째 불안한 애착 관계는 연인과 떨어져 있으면 혹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끊임없이 상대방의 사랑을 시험한다. 셋째 회피하는 애착 관계는 사랑하는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며 매사에 독자적으로 행동한다.
사람은 연애를 막 시작한 처녀이건 결혼 생활 40년 된 남자이건 세 가지 애착 형태의 하나에 해당한다.
50%가 안전한 애착, 20%는 불안한 애착, 25%는 회피하는 애착 관계로 추정되며 나머지 3~5%는 혼합된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신경과학자 애머 레빈과 심리학자 레이첼 헬러는 로맨틱한 관계에 대한 애착 이론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면 대인 관계에도 도움이 되고 연애를 성사시킬 확률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0년12월 함께 펴낸 '애착(Attached)'에서 행복한 삶을 원하면 안전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로맨틱한 사랑을 잘 꾸려나가려면 먼저 자신이 어떤 애착 성향인지 판단한 다음에 상대의 애착 형태를 확인할 것을 주문한다. 최선의 방법은 서로 터놓고 대화하는 것이다.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는 사이라면 장래에 희망이 있겠지만 자기 주장만 늘어놓는다면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애착 성향이 서로 다른 사람끼리는 지독하게 사랑할지라도 결국 불행한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 아닌가.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KAIST 겸직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