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일요일(523)
친구 만나고 집에 온다는 아들에게
"항상 부모가 먼저이고 친구는 그 후다. 집에 와서 얼굴 본 다음에 나가라."
그렇게 이르고 기다리는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소식이 없다.
"딴 데로 샜나벼."
아부지도 애가 타시는지 한마디 하신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8시 넘어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집에 왔다.
친구랑 영화보고 밥먹고 술마시다 왔다며 다시 나가야한다고...
네가 잘못 판단하여 엄마가 여러사람을 미워하게 만들었다.
동서울로 마중갔다는 여친도, 함께 술 마신 친구들까지.
"멍청한 사람 엄만 제일 싫다."
"알았어, 알았어. 엄마."
한참을 잔소리 듣고는 군복을 입는 채 다시 나간다.
아들 얼굴을 보니 컸던 배신감이 사르르 녹는다.
갈등의 원인은 언제나 순간의 판단인 것 같다.
부모는 마음 속에 있는 것으로도 족하고 친구는 만나야 좋은가 보다.
이해한다. 엄마도 그랬던 적 있었으니까.
밤을 비우고 12시 넘어 집에 왔다.
우족탕 한 뚝배기에다 해물 고기전과 준비한 반찬으로 한 상 차려 주니 맛있게 먹는다.
제가 나고 자란 둥지가 다 큰 새끼에게는 이미 비좁다.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자꾸 날개짓을 한다.
어미새는 그걸 안다.
언제인가는 아주 멀리 어미품에서 벗어 날 것을.
기억하라. 어미도 언제인가는 새끼곁에서 영원히 떠난다는 사실을.
봄비를 흠뻑 맞고 들어 온 새끼가 잔뜩 멋을 부리고 우산을 받치고 다시 둥지를 비우다.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