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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십대와 팔십대의 대화

didduddo 2011. 2. 18. 16:23

 

"몇살 자싰소?"

"여든 다섯이요."

"여든 다섯이면 얼마 안 먹었네."

"아이고, 폭폭한 말씀허시요. 다섯만 더 먹으면 아흔인디..."

"그리도 얼마 안 먹었어. 팔십 넘응게 나이 금방 먹읍디다."

"오메, 하루하루 사느거시 무서죽겄구만 얼마 안먹었다고허네."

"인자, 우리는 밥숫구락 놓으면 가야혀."

"어쩌다가 나이를 이렇게 많이 먹어부릿는지 무서 죽겄어"

"백살도 쌨어. 팔십다섯이 뭐가 많다고 그랴."

 

구십을 훨씬 넘기신 할머님은 귀도 밝고 눈도 밝으시다.

지팡이에 의지할 망정 걸음도 제대로 걸으신다.

그런 할머님 눈에 팔십대는 한창나이로 보이시나보다.

 

팔십다섯 드신 할머님은 젊었을 땐 제법 떵떵거리며 사셨단다.

허리휘게 가르키고 먹여놓으니 재산 빼돌려 무일푼으로 만들어 요양병원에 모셔다 놓았단다.

지난 설 명절때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자식들 때문에 애간장이 다 녹으셨다.

"버스타고 삼례지나서 왕궁가면 우리집인디..." $%^$%&%&&^*&$#!~~욕을 걸게도 하셨었다. 

 

"사람노릇 못허면 후딱 데고 갔으면 좋겄어."

팔순을 눈앞에 두신 할머님이 옆에서 거드신다.

 

인생백수는 재앙이다. 요양병원은 현대판 고려장이다.

오십을 눈앞에 둔 나의 미래도 저럴까?

칠순어머니를 간병하다 문득 슬픈 생각이 든다.

 

미련이 남을 때 미련없이  돌아서 가는 즐거운 소풍길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