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목요일(-211)
자전거를 타고 장보러 갔다.
아부지 내복과
제철인 고등어 세마리와
일주일치 찬거리,
앞에 싣고 뒤에 매달아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왔다.
메고 들고서 문을 여니
우루루 몰려 나오는 먼지가
햇살에 비친다.
주인없는 빈 집에서
뭘 훔쳐 먹었을까.
정신없이 달아난다.
문이란 문은 또 죄다 열린다.
먼지와의 싸움
겨뤄야 할 가장 큰 상대이다.
"엄만 병이야."
"이눔아 그래서 안 아프잖여"
정말 그래서였을까.
우린 한번도 아프지 않았다.
고기는 냉동실에 넣고
고등어는 소금에 절이고
시금치는 다듬고
꽈리고추는 꼭지 떼고...
저녁은 뭐에다가 밥을 먹을꼬,
인자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