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알 수요일(-306)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였다.
어린시절, 뒷 마당에 핀 봉숭아 잎과 꽃을 따서 백반을 넣고
돌멩이로 콕콕 두드려 잠자기 전에 손톱 위에 올린다.
지금이야 투명한 비닐 봉지가 흔하지만 그땐 라면봉지를
오리고 검정 봉다리도 오려서 손톱을 감쌌다.
잠결에 빠질세라 명주실로 단단히 묶어 홀매를 쳐 아침에
풀어보면 어찌나 꽁꽁 묶었던지 손가락은 욱신거리고 아프다.
봉숭아 꽃물에 손은 불어 터졌고 실자국으로 살이 깊이 팬다.
니 것이 잘 들여졌니 내 것이 잘 들여졌니 옥신각신도 한다.
손가락에 든 꽃물을 지우느라 시멘트 바닥에 대고 손가락을
문지르기도 하였다.
첫눈이 올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설레이기도 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였다. 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