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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 있는 길

didduddo 2010. 2. 4. 22:01

 

순창에 다녀왔다.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 있는 길, 비오는 날 오후

어머니품처럼 문득 문득 생각나는 그 곳은  엄마의 고향이다.

중3 때 가족이 모두 전주로 이사를 하였으니

큰 맘 먹지 않으면 여간 다녀오기 힘든 곳이 아니다.

도착하여 맨 먼저 가고 싶은 곳, 순창초등학교.

100여년의 전통을 지닌 유서 깊은 학교이다.

1학년 병아리반, 김갑열 선생님.

엄마를 하도 예뻐하니 친구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샀고

2학년 땐 오뚜기상회 아들 오뚜기(별명)가 어찌나 못살게 굴던지

눈물바람 퍽이나 했었다.

3학년 때에는 담임선생님 집으로 점심 도시락을 가지러 다니니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고

6학년 땐 산수시험 20점 받아 운동장 한바퀴  돌고 손바닥 한 대 맞고

돌고 맞고 돌고 맞고....

아름드리 나무가 한층 운치를 더하는 아름다운 모교이다.

잠시 초등학생이 되다. 베시시 웃다.

 

옥천동 냇가를 지나 어릴적 살던 순화리 골목길

어두워지면 무서워서 죽어라 뛰었던 그 골목은 스무발짝  남짓하다.

수길이네집 희애네집 그리고 우리집 깡패(별명)네집,

딱지치기 비사치기 땅따먹기 도둑놈 잡기....

골목길의 추억은 그대로인데 모습은 간데 없다.

수길네랑 희애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그 골목길은 깊은 고요속에 잠겨 있다.

골목길 저 만치서 나는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 베시시 웃다.

 

고추장 마을에 들러 군산 고모네 드릴 짱아찌류와 고추장 ,청국장을 사고

읍내 한식집 '새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빠와 팔짱 끼고 우산을 받치고 곳곳을 걸었던 짧은 데이트,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다.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 있는 길을 따라 고향 순창을 다녀오다.

 

이상 아빠가 엄마에게 주신 마흔일곱번째 생일 선물이다.

 

잠시 너를 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