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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 쪼갠 MDL(군사분계선)

didduddo 2010. 6. 8. 10:11

지난 2월 23일 오후 3시 강원도 고성 DMZ 안. 남북을 가르는 최종 경계선인 군사분계선(MDL) 코앞까지 갔을 때

 MDL로부터 불과 250m 떨어진 북한 명호초소의 군인 3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이리 오라우! 넘어오라우!"
초소에 묶여 있는 개들도 덩달아 맹렬히 짖었다. 현재 서 있는 곳에서 MDL까지의 거리는 10m.

북한 군인의 말대로 몇 발짝만 더 가면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DMZ 안에서 따져도 최전방. 군인들도 가기를 꺼리는 이곳까지 MDL 푯말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본지 정경열 기자가 다가갔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쪼개 놓은 MDL은 철조망이 아니라 300~500m 간격의

푯말 1292개로 듬성듬성 표시돼 있다. 취재팀은 DMZ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촬영이 가능한 푯말을 물색한 끝에

금강산 관광객들이 이용하던 동해선 도로변의 1290번 푯말을 찾아냈다.

DMZ를 통과하는 동해선 도로는 금강산 관광객들이 차를 타고 오갈 수 있지만 촬영이나 도보 이동은 엄격히 금지돼왔다.

동해선 도로 왼쪽 나무 덤불 사이에 선 푯말은 시멘트 기둥뿐이었다. '

군사분계선'이라고 앞면(남쪽 방향)에 한글과 영어로, 뒷면(북쪽)엔 한글과 중국어(한자)로

적혀 있어야 할 노란 철판은 사라진 채였다. 도로 위 남북을 경계로 금이 가 있는 자국이 푯말을 대신해

MDL임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남북이 각각 MDL까지만 아스팔트 공사를 맡아 맞닿은 부분의 높이가 달라져

자연적으로 금이 생긴 것이다.

동행한 경계병들은 "커다란 카메라가 북한군을 자극할 수 있으니 북쪽으로는 들이대지 말라"고 했다.

         

  

   ▲ GP주변 수색작전… 강원도 철원 지역 비무장지대 내 최전방 경계소초(GP) 주변에서
     수색대원들이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다. /DMZ 특별취재팀

 

실질적인 남북 분단선인 MDL은 정전협정 제1조 1항에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2㎞씩 후퇴함으로써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한다'는 내용에 명시돼 있다.

협상 당시 전투가 벌어지고 있던 접전선을 따라 서쪽 끝 임진강변(1번)부터

동쪽 끝 동해안 해변(1292번)까지 총 248㎞ 구간에 똑같은 모양의 푯말을 세웠다.

북한·중국측이 596개, 유엔군측이 696개씩 나눠 유지·관리하는 것으로 돼 있다.

70년대까지는 넘어진 푯말을 세우고 보수하기 위해 군인들이 주기적으로 MDL까지 갔지만

수리하던 우리 군인들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전사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중단됐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푯말들은 홍수에 떠내려가거나 DMZ 내부에 불을 질러 시야를 확보하는

화공작전으로 소실됐고, 풀숲이 우거져 대부분 가려졌다.

현재 DMZ 안에서 군인들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푯말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경기도 연천 25사단의 이모 상사는 "예전엔 남북 군인들이 '영토 확장'한다며 MDL 푯말을 뽑아

더 먼 곳에 박아놓고 오기도 했지만 10년쯤 전부터는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게 됐다"고 했다.

강원도 철원지역의 한 사단장은 "MDL이 선으로 꼼꼼히 표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발적으로라도 넘게 될 경우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

교전이 일어날 만한 상황을 피하려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접근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군사분계선을 가로지른 푯말들. 고성에서 근접 촬영한 푯말은

   머리가 떨어진 상태지만〈위〉파주 지역에서 확인한 것은 녹슨 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온전한 형태의 푯말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은 경기도 파주의 판문점 부근이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의 경우 다리 중간에 있던 푯말(90번)을 남쪽 끝으로 옮겨 세워두었고
판문점 내부 유엔군 5초소 앞에도 93번 푯말이 있다.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는
북한 기정동 마을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왼쪽과 오른쪽에서 각각 푯말 하나씩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파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DMZ지역에서는 DMZ 내부 수색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불에 타다 남은 기둥이 보이거나 성능이 좋은 감시 장비를 동원해야 겨우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고성 ○○○OP에서는 금강산 감호 바로 앞의 시커멓게 타버린 1289번 푯말,
무성한 수풀 사이 1292번 마지막 푯말의 기둥을 감시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평야지대인 철원지역 DMZ 수색대원들은 "화공작전 직후 수풀이 다 탔을 때 GP에서
푯말 2~3개를 본 적 있다"고 했고 산세가 험한 인제지역 DMZ 관측병은 "나무가 우거져서

MDL의 위치는 추정만 하고 있지만 한겨울엔 글씨가 지워진 푯말 몇 개가 곳곳에 보인다"고 했다.

MDL이 푯말로만 표시되는 것은 아니다.

판문점에는 1976년 미군 장교 2명이 북한군에게 살해당한 도끼만행사건 이후

폭 50㎝, 높이 5㎝의 콘크리트 MDL이 설치됐고 군사정전위원회와 부속 건물 주변으로

높이 1m의 콘크리트 기둥 59개가 10m 간격으로 세워져 MDL 역할을 하고 있다.

회담장 내부 바닥의 타일 선, 테이블 가운데 마이크를 꽂는 전기 콘센트와 깃발 위치까지도

MDL과 정확히 일치하도록 맞췄다.  DMZ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