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구월 일일, 코스모스가 한창인 햇살 좋은 가을 날 ..아버지는 짧은 투병생활을 마치셨다.
아프고 괴로우셨겠지만 두어달 앓다 가셨으니 호상이라 했다.
이 땅의 수많은 이기적인 남편이자 아버지 중 하나이셨던 분. 가시는 날도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게 하셨다.
아버지를 사랑해 본 적은 없다. 사랑을 주지 않으셨으니까.늦게 찾아 온 연민으로 그나마 아버지를 품을 수 있었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을 지키는 것...독학으로 깨친 사랑은 늘 어설퍼 아프고 시리다.
아버지. 사시는 동안 이기적인 호사 누리셨으니 어머니께 잘해 드리고 계시죠?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