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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마감하며.

didduddo 2010. 2. 4. 23:50

 

 

1월 27일

오늘은 자대배치 받는 날, 추첨 끝났겠다.

7사단은 어느연대나 힘들지만

특히 8연대는 신이버린 땅이라 할 만큼

힘들다더라. 부디 8연대는 피해주소사...

 

7사단 사단가

"신라의 푸른하늘 태극기 아래

이 몸을 함께 바친 젊은 용사들

조국을 사랑하는 일편단심

불이여 바위여라 태산이어라

싸우며 무찌르는 상승 7사단

장병이 기만인가 하나의 마음"

 

엄마도 이젠 7사단 군인이 되어간다.

다리가 불편해서 어쩌냐.

좋은 곳으로 배치 받았으리라 믿는다.

너는 복이 많은 넘이니까.

 

10월 28일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 먼지가 장난 아니다.

안개까지 끼니 시야가 더러워 죽겠다.

토요일 쯤 비가 온다니 반갑다.

마당 물 청소를 두어시간에 걸쳐 했다.

쓸고 닦으니 좀 깨끗하다.

네방의  베겟잇도 갈아 끼우고 이불은 엊그제 두터운 걸로 갈았다.

네방 관리인으로서 임무수행 잘하고 있지?

참! 통장에 요번 달 던도 입금했다 .ㅎㅎㅎ

휴가 나와서 요긴하게 쓰도록... 

엄마 잘하고 있지?

 

10월 29일 목욜

내일  퇴소식인데 아무 연락이 없다.

가만 기다리면 될텐데 자꾸 조바심이 난다.

아픈다리는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고양이가 배가 고픈지 "야옹"하고 엄말 찾는다.

배고픈 사람에게 그리고 굶주린 짐승에게 음식을 보시하는 것은

인간이 제 공덕을 쌓는 일 중 제일이란다.

엄마는 공이 많으니 아들이 복 많이 받을껴.

신종풀루 때문에 각 학교마다 휴교령이 내려지고 난리가 아니다.

경애 이모도 휴교로 지혁이 데리고  어제 전주 내려오셨다.

군인들은 예방주사 맞았겠지? 

아들!  낼 전화 하셔

 

10월 30일 금욜오전 9시 13분 .

퇴소식이 방금 시작됐겠다.

자대배치가 궁금한데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니 좀 그렇다.

아들! 5주동안 훈련 받느라 애썼네.시시했다고 하지만,

이제 부터 진짜  고생길....ㅎㅎ

맨 쫄따구잖어. 수색대,8연대 5연대 3연대,포병, 야수교....

포병하고 야수병 빼고 다 힘들고 훈련 빡세데. 

다른 애들은 집으로 편지 썼더만 아들은 다리 아파서 못쓴겨?

아침 준비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8연대!!! 8연대만 비켜가라 했는데.

아들이 괜찮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만  잘해내리라 믿는다.

전화비 엄청 나온다고 전화 좀 그만하라고 한다더니 엄마도 그럴까 싶다.

아빠는 산에 가셨다.

아들이 저녁에 준 전화 선물로 엄마 잠 잘자겠다.

아들 또  전화혀. 사랑한다.

 

10월 31일 토욜

아침에 전화한다고 해서 오전내내 전화기다렸는데 ...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여.

사정이 있었겠지만...

비가 오고나면 추워진다고 했는데  그곳은 벌써 월동준비 시작했더라.

오전 느즈막이  아들 전화 받았다.

엄마가 알아서 하는데 싸이 관리 맘에 안든다고 성질낸다.

그래도 곧바로 정상모드.. 엄마는 아직 울음 끝이 가시지 않았는데.

미애이모부네가 오셔서 네 사진도보고  7사단 소식도 보고 그랬다.

이모부가 장섭이 잘할거라고 커가면서 아빠 닮아 간다고 그러시더라.

이모가 할머니 목욕 시켜드려 이번주는 엄마가 좀 편했다.

내일은 대대 발표일 , 아들 3대대 !!! 기대하마.

비가 온다. 친구들이랑 통화하고 마음이 좀 편하겠다.

요금 걱정말고 보고픈 친구 있음 언제든지 통화하셔.

엄마야 통신 요금때문에 스트레스 받든 말든 ㅎㅎ

아들!! 사랑혀  낼보드라고.

 

11월 1일 일욜

저녁에 서신동 이모부하고 막네이모부네가 오셨다.

오랜만에 북어에다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제야 다양했지만 아들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커가면서 아빠를 쏙 빼닮는다고 막내이모도 사진을 보며 그러신다.

엄마를 더 닮은 것 같은데...

수화기 너머 아들 씩씩한 목소리 들으니 너무 좋다.

너무 잘한다고 나서지 말고 엄살도 살살 부리고 그래라.

모두 같은 조건의 전우들이 있으니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

보고싶다.

 

11월 2일 월욜  첫눈

날이 춥다. 그곳은 많이 춥겠지?

당분간은 춥다는 말 안 해야겠다.

더 추운 곳에서 불철주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을 생각해서...ㅎ

조금 후에 좋은 소식 전해줄 아들 목소리를 기다리마.

이모가 가게를 봐주는 사이에 아빠랑 물건하러 다녀오다 네 전화 받았다.

gop에 들어 간다고 너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지만 엄만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고생좀 하겠다. 추위와 싸우다 보면 한철 가고 봄이오면 진급하고...

추위보다는 너자신과의 싸움이겠지? 견뎌내보면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

강원도는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눈 오니까 좋냐?  옷 따숩게 입어 .

자주 전화하고.  아들 ! 사랑혀..

 

11월 3일 화욜

gop 올라갔다고 전화를 했다. 초소로 가기 위해 또 대기 중...

아직은 놀고 먹으니 편하단다.

난방도 잘 되고 더운 물도 나오고 주위는 온통 산뿐이고...

추위와 고립감도 있겠지만 칠성인으로서의 자긍심으로 사명감 잃지 않길...

단결! 할 수 있습니다.

 

11월 4일 수욜

어제까지 초겨울 날씨이더니 오늘은 정상 기온을 되찾았다.

그곳은 많이 춥지? 추위가 가장 참기 힘들다는데 걱정이다.

오늘은 아직 전화가 없어 무얼하고 하루를 지냈는지 알 수가 없다.

얼마나 재미나면 전화할 짬도 없을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집생각,친구들 생각에 징징거리면

엄마가 울아들 만나러 gop 그 먼곳까지 가야자너.ㅎㅎㅎ

엄만 수지침 배우러 다녀오고 아빠는 친구분들 오셔서 밖에 나가셨다.

신종플루로 인하여 면회 외박 휴가 다 정지 됐지만 신병하고 말년 휴가는 허락한단다.

얼른 100일 휴가 나와서 얼굴보자. 12월 말쯤이 100일인데 빨리 그날이 왔으면...

 

11월 5일 목욜

날이 맑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아들은 초소로 옮겼는지.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는지 많이 궁금하다.

그곳 날씨도 궁금하고 묻고 싶은게 많은데 전화는 없고...

햇볕이 좋아 할머니 일광욕하시고 저녁 드시고 가게에서 tv보고 계신다.

아빠는 운동가시고. 엄만 가게보고. 늘 변함없는 생활이 권태스럽지만 아들이 삶의 활력을 준다.

네게 보낼 것 이것 저것 준비하고 낼은 시계하고 손난로 사러 나가야겠다.

아들! 별이 손 뻗치면 닿을 것 같지 않던?

 

11월 6일 금욜

족발 이만원어치 시켜서 아빠랑 소주 한 잔 했다.

오늘도 전화가 없어서 애가타 죽을 것 같더만 내일은 토요일이니

전화할 수도 있겠다 싶다.

아들 뭣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