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황방산 자락에 위치한 아담한 절 서고사.
후백제 견훤이 전주의 동서남북 진에 세운 사찰 중 하나라고 하니 역사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곳이다.
서고사로 가는 길은 복숭아밭과 개망초,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과 풀들, 나무들, 옥수수와 담배밭, 고구마밭으로 가득하였다.
그토록 증오했던 서울, 내가 두고 온 시간과 공간의 편안함에 대한 운명적 그리움. 난 얼마나 작은 그릇이냐.
그러나 서고사의 빔은 깊다. 풀벌레 소리 하나만으로 나는 이 밤을 새도록 즐길 수 있다.
기형도 시인의 '짧은 여행의 기록'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