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바보 두 마리.

didduddo 2013. 8. 13. 18:12

 

 

 

 

 


씹던 껌을 아무 데나 퉤 뱉지 못하고  종이에 싸서 쓰레기통으로 달려가는 너는 참 바보다.
개구멍으로 쏙 빠져 나가면 금방일 것을 너는 참 바보다.

얼굴에 검댕칠을 한 연탄 장수 아저씨한테 만날 때마다 꾸벅 인사하는 너는 참 바보다.
호랑이 선생님이 전근 가신다고 아무도 흘리지 않는 눈물을 혼자 찔끔거리는 너는 참 바보다.
그까짓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민들레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바라보는 너는 참 바보다.
내가 아무리 거짓으로 허풍을 떨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를 끄덕여 주는 너는 참 바보다.
바보라고 불러도 화내지 않고 씨익 웃어버리고 마는 너는 정말 정말 바보다.
그럼 난 뭐냐?

그런 네가 좋아서 그림자처럼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나는?   

 

                                                                               넌 바보다 . 신형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