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은 지난 5일 특전사 장병 24명에게 '북한군 특수부대' 역할을 맡겨 사전 통보 없이 중부전선 전방부대에 기습침투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서 '가상(假想) 북한군' 역할을 맡은 팀은 5일 밤 어둠 속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특전사령부를 출발해 강원 철원 춘천과 경기북부지역 전방부대 부근에 도착한 6일 오전 1시 15분쯤 몇몇 부대를 급습해 탄약고 등에 '폭파'라고 쓴 종이를 붙이고 사라졌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적의 공격을 받아 탄약고 등이 폭파됐다는 뜻이다. 적의 선제 기습을 당한 군은 가장 높은 단계의 방어대비 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공수부대와 헬기를 동원해 대항군 추격에 나서 35시간 만인 7일 낮 12시 10분쯤 '20명을 생포하고 4명을 사살해 상황을 종료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군이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 이후 북한의 기습공격에 대비하는 훈련을 해왔는데도 전방이 '가상적(假想敵)'에게 무참히 유린된 것이다.
'2010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특수전 부대인 경보병사단을 전방 군단에 편성하고 전방 사단에 경보병 연대를 추가 편성해 특수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특수부대 병력은 전체 119만명 중 17%인 20만명으로 세계최대 규모다. 올 들어 북한군은 서해 북방한계선에 가까운 해군기지에서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해상 침투훈련을 했고, 잠수함정·반잠수정 침투 훈련도 올 들어 8월까지 72차례에 달했다. 우리 군도 북한의 교란책동은 특수전 부대를 후방지역에 침투시켜 주요 목표 타격·요인 암살 작전을 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 특수부대가 발전소·공항·고속철 같은 시설을 파괴해 사회혼란을 노릴 위험도 있다. 지난 5월 예고 없이 진행한 국가 주요시설 통합방위태세 점검 때는 경북을지 원자력발전소가 1시간도 안 돼 적군 역할을 맡은 특전사 요원들에게 점령당했다. 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봤듯이 원자력발전소가 폭파되면 상상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우리 군은 '있을 수 있는 최악 상황'까지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 24명의 가상적군이 전방 군부대를 맘껏 헤집고 다니는 것을 35시간이 지나서야 제압하는 정도라면 20만명의 북한 특수부대를 어떻게 당해낼 수 있을지 국민이 염려하는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