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굵은 비가 한참을 내렸다.
가을비 치고는 많은 양이었다.
계절을 헛갈릴만큼 더웠던 하루를 깔끔하게 씻겨주었다.
길가엔 나무에게 버림받은 나뭇잎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낭만에 젖어 쌓인 잎을 밟는 다정한 연인들도 있겠지만
그것을 치워야하는 어떤이는 기인 한숨을 쉬겠다.
아무리 좋은 것도 처해진 환경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경기장 앞에 주욱 늘어 선 관광버스가 행락객들을 연신 실어 나른다.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 맛나게 즐겼으면 좋겠다.
나무가 깨를 다 벗으면 겨울이겠다.
앞마당의 국화는 다시 깊은 겨울잠에 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