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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를 다녀와서 -

didduddo 2011. 10. 17. 20:07

 

지금처럼 일기예보가 성하지 않았던  어렸을 적, 

소풍 전날 밤은 방문이 닳도록 열어보고 하늘이 닳도록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었다.

엄마는 사탕 한 봉지를 여섯으로 나누고 과자도 봉다리에 똑같이 나누어 주셨다.

계란도 삶고 재수좋은 날은  사이다도 챙겨주셨다.

그래도 니게 많네 내것이 적네 울고불고 난리를 쳤으니 엄마는 속상도 하셨겠다.

소풍날 아침엔 어김없이 비가 내렸고

아주 오래 전에 학교에서 일어난 괴담은 또다시 학생들 입에 오르내려야했다.

소풍이 연기되기도 하였으며 다행히 비가 그쳐 그대로 진행되기도 하였으니

비는 그때나 지금이나 요물단지이다.

 

정기라이딩이 충주호로 정해지자 일기예보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전날 밤 천둥소리를 듣고 라이딩이 취소될 수도 있겠다 싶어 마음을 비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잠이 깨어 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맑다.

7시, 샵에 도착하신 분들도 지난밤에 잠이 들다 깨다 하셨단다.

 낮선 곳으로의 여행이 어린 날의 소풍처럼 설레이셨을 것이다.

 

3시간 30여분에 걸려서 도착한 육지속의 바다 충주호, 멀기도 하였다.

소양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댐으로써 경관이 아름다운 호수였다.

호수를 끼고  달리다 임도에 들어서 1시간여를 달렸을까,

모두가 우려했던 비를 만나고 말았다.

 라이딩을 포기하고 비가 멈추기를 기다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했다.

 

가장 이른 시간에 집결하여 가장 먼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하고

가장  짧은 라이딩을 마치고 가장 늦은 점심 식사를 하였다.

송어 회와 야채를 초고추장을 넣고 '쓱쓱'비벼 허기진 배를 채우고

아쉬운 마음에 충주댐 앞에서 사진 좀 찍고...다시 긴 시간 동안 차를 타고

7시가 다 되어 전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뭔가 좀 부족했지만 하나도 부족하지 않았던 멋진 충주호 라이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