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시집 온 색시모냥 수줍게 비가 내린다.
그 모습에 시샘이 났는지 바람이 성깔을 부린다.
'후두둑' 잘 익은 은행알이 바닥에 떨어지고
사람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종종 걸음을 한다.
성깔 부리는 바람에 놀랐는지
수줍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만다.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에
찬 바람이 '휭' 하니 분다.
암만 수줍은 비일지라도
못된 바람과 눈이 맞으면 성질이 고약해지고 만다.
벼락과 함께 돌풍이 분다니 아무래도 제대로 만난모양이다.
비가 그치고 나면 얼마나 추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