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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didduddo 2010. 6. 21. 14:45

 

6월 21일 월요일

어릴 땐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느라 대문밖을 서성였다.

행여 올쎄라 내다보고 또 내다본다.

기다리는 것이 싫어 아예 장을 따라 다녔다.

신문지 돌돌 말아 번데기 십원어치 담아

형제들이랑 나누어 먹었던 잊을 수 없는 번데기의 맛.

어른들이 번데기를 거부감 없이 먹는 이유이다.

시골마다 양잠으로 번데기가 넘쳐 났었다.

먹을 것이 귀한 탓도 있었을게다.

순창 오일장은 잊지못할 추억이 참 많다.

병에 걸린 백구가 엄마 손에 이끌려 장으로 팔려 나가던 날,

몇 날을 울었는지 모른다.

자전거 타고 읍내를 함께 달리고는 했었는데...

 

아들 유치원 보내고 학교를 보내고

꼬박 십육년을 기다리며 대문밖을 서성였다.

이제오나 저제오나 기다리는 즐거움으로 살았다.

이제는 군대 보내 놓고 휴가를 기다리고 전화를 기다리고...

휴가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특별한 비상사태 아니면 집에 다녀가겠지만 행여 못올세라 마음이 조급하다.

첫 휴가 때에도 그랬었다.

눈 덮인 산길을 다섯시간 타고 넘어와 집으로 오기까지 꼬박 열일곱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험난하고 악조건이어도 집으로 오는 길 누가 막으랴.

 

어제 아부지가 산에 다녀오셨다.

젊은 날엔 아들을 업고 늦게 귀가하시는 아부지를 기다렸다.

애도 닳고 다투기도 하였던 그 기다림이 언젠가부터는 사라졌다.

늦게오던, 밤을 비우던  별 감정이 없었다.

한참을 그랬던 것 같다.

이제 오시나 저제 오시나 문밖을 서성이며 아부지를 기다렸다.

병원에서 할머니 모셔와 손과 발을 닦아 드리고 손,발톱 깎아 드리고

통닭 배달시켜 나누어 먹으면서도 마음이 허전하였다.

5시 넘어서야 도착하셨다고 전화가 온다.

하루가 길었다.

 

기다린다는 것,

그 대상이 있다는 것

영 이별이 아니고는 기다림도 행복이다.  수고로운 하루 되시고 오늘도 단결!